2016년 9월 18일 일요일

왜 저 웹툰은 연재되고 이 웹툰은 연재되지 못하는가

요즈음 포털 웹툰 페이지 외에도 많은 웹툰 전문 서비스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댓글 기능이 있는 웹툰이나 웹툰 관련 커뮤니티/게시판을 보면 "왜 이딴 웹툰이 연재되고 있는가? XX에는 정식 연재를 못하는 좋은 아마추어 웹툰이 많다"는 이야기를 자주 보곤 합니다. 그리고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는 분도 많이 있겠죠. 그런 분들에게 악플과 항의 메일 이외에 좋은 해결책이 있어 가르쳐드리고자 합니다.

정식 연재를 못해 안타까운 좋은 작가의 연재 비용을 여러분이 내주시면 됩니다. 독자의 힘을 보여주는 것이죠.

원고료에 관련된 공개 정보가 있는 레진 코믹스를 예로 들겠습니다. 레진 코믹스라는 웹툰 서비스에서는 미니멈 개런티 계약을 하는 작가에게 월 최소 고료가 200만원이라고 합니다. 수익 배분이 5할(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낮겠지만 계산 편의를 위해)이라고 가정하면 월 400만원, 거기에 연재 주기를 주 1회, 월 4주 연재로 가정하면 회당 1백만원이 해당 웹툰이 이른바 "밥값"을 하기 위한 최소 수익이 됩니다. 여기까지 말하면 구체적인 방법이 짐작 가시겠죠?

웹툰 서비스에 회당 백만원(계산에 따라 그 이상)을 지불할테니 여러분이 정식 연재를 못해 안타까워하는 작가의 작품을 정식 연재해달라고 요청하면 됩니다. 간단한 해결책입니다.

혹시 이게 말이 안된다고 생각하는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개인 대 개인, 혹은 개인 대 위탁업체 대 개인의 직접 후원은 르네상스를 일으킨 원동력이었으며 그 이후로도 예술 발전의 큰 축을 담당했습니다. 가까운 예로 모바일 게임에서도 헤비 과금 유저의 취향에 맞춘 업데이트를 통해 수익을 확보하는 게임이 여럿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모바일 게임에서 가능한 일이 웹툰에서 불가능한 일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전체가 상호 연동되어야하는 게임보다 작품 간 상호 독립적인 웹툰에서는 헤비 과금 독자의 개인 취향을 반영하는 것이 업무적으로 더 용이하지 더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사실 유료 수익 구조를 운영의 큰 축으로 가진 웹툰 서비스(위에서 말한 레진 코믹스와 같이)에서 작가의 "밥값"은 중요한 요소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작가가 밥값을 제대로 하는 것은 작가만의 노력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에 따른 결제가 확보되어야 하죠. 즉, 독자의 과금 경향과 상호 연동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작가가 밥값을 하느냐를 기준으로 이른바 "작가의 자격"을 논하려면 독자가 그만큼의 자격에 대한 평가(과금)를 해주어야만 가능한 일입니다.

'조회수≠독자반응≠결제액≠수익성≠작품수준'인 상황에서 이 중 하나만 가지고 작가를, 작품을 평가할 수는 없습니다. 그 중 하나(위에서는 결제액)가 작품수준(위에서는 작가의 자격)을 평가하기 위한 확고한 기준이 되려면 그에 상응하는 무언가(위에서는 충분한 결제 모수)가 있어야 합니다.

2016년 9월 7일 수요일

여혐이라는 단어를 반대한다

주절주절 써놔도 제목 보고 오해가 벌어질 가능성이 높아보여서 글 주제를 먼저 적습니다. 여성혐오는 원인이 아니라 그보다 선행되는 원인에 의해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여혐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은 피상적이 되기 쉽다고 생각해서 저는 그 말을 꺼립니다.

저는 여혐의 근원이 되는 본질은 남성우월주의에 있다고 봅니다. 남성이 우월하다는 주의라면 당연히 여성이 열등하다는 것이고 여혐과 같은 것 아니냐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여기에서 남성은 남성이라는 성별 전체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인습적으로 설정된 마초적인 이른바 "바람직한 남성상"에 부합하는 남성을 우위에 두고 나머지를 모두 그 아래에 두는 것입니다.

남성우월주의와 여성혐오의 차이에 대한 예로 들 수 있는 것 중 하나는 게이 남성입니다. 여혐이라는 관점에서 게이 남성은 성별에 의해 가해자로 분류됩니다. 하지만 남성우월주의의 관점에서 "바람직한 남성상"에 부합하지 않는 게이 남성은 "사내답지 않다"고 공격당하는 피해자로 분류되며 이것은 현실과도 부합합니다. 또한 남성우월주의에 기반한 "바람직한 남성상"의 추구는 사람이 다리에서 비온 후 불어난 탁류에 뛰어들어 사망에 이르게 하는 폭력입니다. 사실상 모든 사람을 피해자로 만들 수 있는 것이 남성우월주의인 것입니다.

과거의 가족관에서 비롯한 남성과 여성의 성역할을 고정하여 놓고 그 기준에서 어긋나는 것에 대해 극렬하고 감정적인 공격을 가한다는 면에서는, 남성우월주의보다 가부장 사상이라는 표현이 더 적당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쯤까지 읽은 분 중에 들은 것이 있는 분은 아마도 여혐은 위에서 말하는 것과 같이 여성에 대한 혐오나 차별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misogyny의 번역어로 여성에 대한 편견까지 아우르는 폭넓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말하실 것입니다. 그리고 그 말이 온전히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문제는 단어와 용법이 대중의 이해와 일치하지 않다는 데에 있습니다. 미소지니를 여혐이라고 더 좁게 번역했지만 지금 여혐이라는 단어를 즐겨 사용하는 분들은 그 단어를 남성에 대한 (성역할적인) 편견까지 아우르도록 폭넓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말하는 사람은 모두 이해하고 쓰는지 모르겠지만 듣는 사람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 차이를 좁히려면 많은 설명을 필요로 합니다. 단어를 사용할 때 단어에 대한 부가적인 설명이 필요한 단어라는 것 자체도 문제가 있어보이지만 현실에서는 거기에 더해 말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단어의 뜻을 설명하고 이해하는 정도의 수고를 들일 생각이 없어보입니다.

그렇다면 그 단어는 언어의 사회성이라는 측면에서 문제가 있는 단어 아닌가요? 다른 대체어를 찾는 것이 더 건설적인 것 아닌가요? 왜 아무도 양보를 자기의 몫으로 생각하지 않고 상대방의 몫으로만 생각하는 것일까요.

저는 차라리 서로의 오해를 줄일 수 있는 새로운 단어를 찾아서 쓸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그 단어에 새로운 오해를 낳을 수 있는 확장된 의미를 임의로 부여하지 않기도 바랍니다.

포스타입을 해보고 있습니다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유료로 작성한 글 과 그 외의 글(유인책?)을 올리는 용도로 포스타입을 개설해봤습니다. 여기에 올리는 글은 더욱더 드물어지겠습니다. 2차 주소를 지원한다면 아예 www.hannim.net을 포스타입으로 바꿔버릴지도 모르겠네요.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