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절주절 써놔도 제목 보고 오해가 벌어질 가능성이 높아보여서 글 주제를 먼저 적습니다. 여성혐오는 원인이 아니라 그보다 선행되는 원인에 의해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여혐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은 피상적이 되기 쉽다고 생각해서 저는 그 말을 꺼립니다. 저는 여혐의 근원이 되는 본질은 남성우월주의에 있다고 봅니다. 남성이 우월하다는 주의라면 당연히 여성이 열등하다는 것이고 여혐과 같은 것 아니냐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여기에서 남성은 남성이라는 성별 전체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인습적으로 설정된 마초적인 이른바 "바람직한 남성상"에 부합하는 남성을 우위에 두고 나머지를 모두 그 아래에 두는 것입니다. 남성우월주의와 여성혐오의 차이에 대한 예로 들 수 있는 것 중 하나는 게이 남성입니다. 여혐이라는 관점에서 게이 남성은 성별에 의해 가해자로 분류됩니다. 하지만 남성우월주의의 관점에서 "바람직한 남성상"에 부합하지 않는 게이 남성은 "사내답지 않다"고 공격당하는 피해자로 분류되며 이것은 현실과도 부합합니다. 또한 남성우월주의에 기반한 "바람직한 남성상"의 추구는 사람이 다리에서 비온 후 불어난 탁류에 뛰어들어 사망에 이르게 하는 폭력입니다. 사실상 모든 사람을 피해자로 만들 수 있는 것이 남성우월주의인 것입니다. 과거의 가족관에서 비롯한 남성과 여성의 성역할을 고정하여 놓고 그 기준에서 어긋나는 것에 대해 극렬하고 감정적인 공격을 가한다는 면에서는, 남성우월주의보다 가부장 사상이라는 표현이 더 적당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쯤까지 읽은 분 중에 들은 것이 있는 분은 아마도 여혐은 위에서 말하는 것과 같이 여성에 대한 혐오나 차별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misogyny의 번역어로 여성에 대한 편견까지 아우르는 폭넓은 의미 를 가지고 있다고 말하실 것입니다. 그리고 그 말이 온전히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문제는 단어와 용법이 대중의 이해와 일치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