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저 웹툰은 연재되고 이 웹툰은 연재되지 못하는가
요즈음 포털 웹툰 페이지 외에도 많은 웹툰 전문 서비스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댓글 기능이 있는 웹툰이나 웹툰 관련 커뮤니티/게시판을 보면 "왜 이딴 웹툰이 연재되고 있는가? XX에는 정식 연재를 못하는 좋은 아마추어 웹툰이 많다"는 이야기를 자주 보곤 합니다. 그리고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는 분도 많이 있겠죠. 그런 분들에게 악플과 항의 메일 이외에 좋은 해결책이 있어 가르쳐드리고자 합니다.
정식 연재를 못해 안타까운 좋은 작가의 연재 비용을 여러분이 내주시면 됩니다. 독자의 힘을 보여주는 것이죠.
원고료에 관련된 공개 정보가 있는 레진 코믹스를 예로 들겠습니다. 레진 코믹스라는 웹툰 서비스에서는 미니멈 개런티 계약을 하는 작가에게 월 최소 고료가 200만원이라고 합니다. 수익 배분이 5할(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낮겠지만 계산 편의를 위해)이라고 가정하면 월 400만원, 거기에 연재 주기를 주 1회, 월 4주 연재로 가정하면 회당 1백만원이 해당 웹툰이 이른바 "밥값"을 하기 위한 최소 수익이 됩니다. 여기까지 말하면 구체적인 방법이 짐작 가시겠죠?
웹툰 서비스에 회당 백만원(계산에 따라 그 이상)을 지불할테니 여러분이 정식 연재를 못해 안타까워하는 작가의 작품을 정식 연재해달라고 요청하면 됩니다. 간단한 해결책입니다.
혹시 이게 말이 안된다고 생각하는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개인 대 개인, 혹은 개인 대 위탁업체 대 개인의 직접 후원은 르네상스를 일으킨 원동력이었으며 그 이후로도 예술 발전의 큰 축을 담당했습니다. 가까운 예로 모바일 게임에서도 헤비 과금 유저의 취향에 맞춘 업데이트를 통해 수익을 확보하는 게임이 여럿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모바일 게임에서 가능한 일이 웹툰에서 불가능한 일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전체가 상호 연동되어야하는 게임보다 작품 간 상호 독립적인 웹툰에서는 헤비 과금 독자의 개인 취향을 반영하는 것이 업무적으로 더 용이하지 더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사실 유료 수익 구조를 운영의 큰 축으로 가진 웹툰 서비스(위에서 말한 레진 코믹스와 같이)에서 작가의 "밥값"은 중요한 요소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작가가 밥값을 제대로 하는 것은 작가만의 노력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에 따른 결제가 확보되어야 하죠. 즉, 독자의 과금 경향과 상호 연동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작가가 밥값을 하느냐를 기준으로 이른바 "작가의 자격"을 논하려면 독자가 그만큼의 자격에 대한 평가(과금)를 해주어야만 가능한 일입니다.
'조회수≠독자반응≠결제액≠수익성≠작품수준'인 상황에서 이 중 하나만 가지고 작가를, 작품을 평가할 수는 없습니다. 그 중 하나(위에서는 결제액)가 작품수준(위에서는 작가의 자격)을 평가하기 위한 확고한 기준이 되려면 그에 상응하는 무언가(위에서는 충분한 결제 모수)가 있어야 합니다.